글로벌 경기 침체, 분양, 그리고 회원권
글로벌 경기 침체는 우리의 삶의 방식을 변화시켰다. 맨 먼저 소비를 줄이게 되었고 저축의 필요성을 상기시켰으며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명확한 그것으로 만들어 투자양식 또한 바꾸어 버렸다. 예전에 투자가치재로 주목받던 부동산에 대한 믿음을 그야말로 맹신으로 만들어 버려 기존 자산 가치체계를 새로이 했다. IMF시기 이후 리먼 사태 전까지 부동산은 자산의 처음과 끝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 집을 사지 않고 전세로만 몰려 전세가는 상승하는데 부동산 매매가는 하락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그리고 예전 아파트 소형 평형은 사는(買收)것이 아니라 사는(居住)것이라는 명제도 무참히 짓밟혔다. 지금은 소형평형이 인기이고 대형 평형은 그야말로 찬밥이다.
부동산과 같은 속성을 그대로 안고 있는 골프회원권 또한 IMF시기 이후 리먼 사태 전까지 불패 신화를 이어 갔다. 그 시기에 분양을 하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며 모두 몰려 들었고, 분양이 끝나고 나면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가 되는 것이 하나의 상례였다.
그러나 지금 분양시장은 정말 어렵다. 이제 무기명이 아니면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혜택은 파격적이지만 예전의 그 호응과 관심은 찾아보기 힘들고 입회금의 회수로 분양이 마감되어 골프장이 무사히 완공될 수 있도록 기도할 지경에 이르렀다. 물론 재정건전성이 우수한 골프장은 분양에 상관없이 건립되기도 하지만 그렇더라도 분양이 힘들기는 마찬가지이다. 몇 년 전이라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신규분양 지역의 한계성을 거론하며 경기 침체가 주원인이 아니고 수도권이 아니기에 그런 것이라는 주장도 한다. 물론 일리가 있는 말이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가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친 것은 이견의 여지가 없다.
요즈음 신규 골프장이 많이 건설되는 지역은 뭐니뭐니해도 경춘고속도로 라인이다. 거리상으로는 강원도 이지만 경춘가도를 통하여 접근성이 수월해졌기에 준경기도라 불리는 곳이다. 하지만 이곳은 주말에 상습정체지역이다. 따라서 주말 골퍼보다는 주중에 골프를 치는 인구들의 관심이 더 많다. 앞으로도 이곳은 새로운 골프장 학군이 생겨날 것이다. 하지만 주말의 정체는 이곳이 발전하는데 태생적인 한계를 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요컨대 신규 분양과 글로벌 경기침체는 골프회원권의 가치 하락에 직간접적으로 악영향을 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하나의 옥석이 가려지리라고 본다. 즉 수도권 강남의 접근성 좋은 골프장은 아직도 주중조차 내장객들이 넘쳐난다고 한다. 부동산에 있어 소위 목이 좋은 곳의 아파트 소형 평형 분양 시장이 순식간에 마감되는 것처럼 골프장도 철저하게 빈익빈 부익부의 시대로 접어 들어가고 있다고 여겨진다.
(주)비전회원권거래소 법인사업부 과장 이지훈